이틀을 헛되이 보내다 엊그제 어렴풋이 생각난게 있어,
오늘 아침 아주 오랜만에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을 꺼내 읽었다.처음 읽게 됐을때도 그랬지만,
점점 없어져가는 보석같은 글들에 언짢아,
읽다 덮었다를 두어번, 하릴없이 서성이기를 서너번,
결국 참지 못하고 끝장,마침표까지 모두 다 읽게 되었다.
그는 글에서 얘기하는 '인연'과 평생을 두고 세 번을 만났다.
그 사람을 그 곳에서 만나게 된건 온전히 우연이였지만,
그 우연을 인연으로 이끌어 가야했던건 안타깝게도 그의 몫이였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는 두 사람을 서로 다른 곳, 다른 인연으로 이끌게 되고,
마지막 세번째 찾아 가게 되었을때 작가 피천득은 그의 인연을 잃게 된다.
그에겐 인연이였을지 몰라도 그 사람에겐 우연이였을게지.
그 사람을 이해한다.
인연이라는 것은 곧, 두 사람을 위한 굵은 동앗줄.
두 사람이 잡아당길땐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굵은 동앗줄이겠지만
한 사람이 잡아당기면 결국 끝이 보이게 되는 쓸모없는 줄일게다.
결국 인연은 누군가에겐 우연일 수 있겠다.
이젠 정말 모르겠다.
뭘 어떻게 어느정도로 무슨 마음으로 어떤 타이밍에 어떤식으로 해야하는지
알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이젠.
이 정도 되고보니 이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한다..
오늘은 큰 목표는 잃고 작은 목표 두어개를 얻은 날이니,
그냥 보통의 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