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9일 일요일

펜은 칼보다 비싸게 먹힌다

일본의 브라질리언 왁싱 시장이
무라카미로 인해 한 12배쯤 커졌겠지?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공포는 매우 하찮다

중간고사를 무시하고 무작정 잡아 탄 버스가 날 내려준 곳 설악산,
무심코 걷다보니 길이 끝난 곳 울산바위.

울산바위에 손 얹고 어딘지도 모를 산 너머 쳐다보고 있자니,
햇님은 뉘엿뉘엿 산뒤로 내려오시고.
어느 덧  쌀쌀해진 바람에 반소매 폴로셔츠 칼라를 추켜 세워보는데,
이곳은 어느새 나와 울산바위 뿐.
주섬주섬 챙겨들고 울산바위 뒤로 하고 하산 한다.

스산한 바람 느끼며 앞뒤 주변 둘러보는데
사방 5미터 안에 사람은 나 혼자 라는 사실과
어느새 5미터 밖으론 어두워서 안보인다는 사실.


아 안돼,싫어.
어느새 내 머릿속으로 피리부는 사나이가 들어온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공포라는 쥐새끼들이
내장을 갉아 먹으며 스멀스멀 머릿 속으로 몰려온다. 

여러가지 동요들로 머릿 속에 담장을 짓는다.
이 숲을 통과할때까지만이라도 버텨다오.

그 순간, 내 눈이 무언가를 본 것 같다.
공포는 동요담장을 무너 뜨린다.'퐁당퐁당'이 무너졌다.
그 순간, 내 귀는 무언가를 들은 것 같다.
'아기염소'마저 짖밟혔다.

공포는 내 머리를 잠식한다.
내 주변에 모든 그림자들이 생명을 얻고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그러라고 허락이라도 한 것 처럼.

맙소사,앞에서 그 무엇인가가 소리를 내고 있다.
'스삭,스삭'
조용하지만 규칙적이다.
소리는 규칙적으로 커지고 있다.
나에게 다가오고 있어!
환상이 아니야. 눈 비비고 보아도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고 있는 무언가가 앞에 있어.

그 무엇인가가 점점 다가올수록 내 몸은 조금씩 굳어져간다.
눈알도 돌리기 힘든 지경이다.
이제는 검은 형체가 보인다. 보고 싶지 않은데 눈은 더욱 더 크게 떠진다.
심장이 터질듯이 펌프질 해댄다. 입을 벌리면 피가 용솟임 칠 것만 같다.
내 발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걸어가고 있다.
내 몸 전체가 내 통제에서 벗어났다.

10미터,8미터,5미터,3미터
2미터
...!

심장이 터지려는 순간, 검은 형체는 내 옆을 지나간다!
두 눈은 빛의 속도로 그것을 훑는다.
4개의 눈이 마주쳤다.
그렇다! 그것은 두 눈을 가지고 있다!

얼굴이 있다. 몸도 있는 눈치다.
챙이 넓은 모자도 있다.옷도 있다.방수가 잘되게 생겨먹은 옷이다.
지팡이? 지팡이도 있다. 산에 올라갈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 보인다.
그것이 말을 한다.
"학생 얼른 내려가야돼. 이제 곧 입산 통제 시간이야."


하.......설악산 관리하는 아저씨. 
기억이난다. 올라오는 길에 만났던 아저씨다.

그 순간 내 몸을 지배하던 공포가 썰물 빠지듯 발밑으로 빠져나간다.
아..이 안도감. 이 행복감. 살아있다는 느낌.
얼굴엔 미소가 걸린다.
왠일인지 더 어두워진 주변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린다.
더 이상 무섭지가 않아!

어둠은 그대로다.아니 더욱 어두워졌다. 움직이는 그림자도 그대로다.아니 더 역동적이다.
내 맘은 그대로이지가 않다.

내 마음이 바꼈어.내 마음이 바꼈어.
내 마음이 바뀌니까 내 몸이 바뀌고 내 주변이 바뀌었어.

아......
공포는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환상이였구나.
나 몰래 내 마음이 나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었어.
어두우니까 조심하라고 그랬겠지. 신경을 곧추세우고 주변을 살피라고.
근데 넌 도를 지나쳤어. 날 아주 바보로 만들어 놨지.

그러나 난 깨달았어. 내 마음이야.
나와 내 주변을 만들어 내고 없애고 하는 건 오로지 내 마음이야. 
난 오늘 마음의 힘을 찾아냈어. 두번은 겪고 싶지 않은 방법이였지만.

원효대사의 해골물을 난 오늘 마셨어.

생각의 속도

생각의 속도는 현실의 그것과 똑같을까?
아니, 속도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걸까? 속력이라고 해야 하나?

- 기억 속 일을 머릿 속에서 되감는 건 매우 빠르다.
- 사고 순간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는 기억들은 매우매우매우 빠르지만
  모두 인지 가능하다고들 한다.굳이 겪어볼 필욘 없을 것 같다.
- 사고의 속력을 높일 수 있을까.


걸음걸이

요즘은 걸음걸이가 예쁜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않다.
모두 자기 멋대로 걸어다닌다.

날씨가 더운 탓일까,

불편한 속옷을 입은 탓일까,
알수 없는 노릇.

비싸고 화려한 신발은 결코 걸음걸이의 경망함을 감출 수 없다.


손바닥에 무수히 생겨난 주름이 보여준다는 그것보다,

걸음걸이는 훨씬 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Giant Steps' by "St. John Colt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