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가죽 가방

그 동안 위태위태하던 가방이 옆구리가 단박에 터지며 수명을 다했다.
수명이야 몇 년전에 다한 걸 케이블타이로 엮고 꿰메고 해서 간신히 들고 다녔더랬다.
나는 정말 아껴쓴다고 아껴쓴건데
처음 마음과 같지 않게 함부로 쓰고 있었나보다.
가방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면서도
내가 가장 필요할때 그 가방이 없으면 안될때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걸 몇 년을 고맙게 버텨줬다.

이제야 가방이 ‘나 그동안 정말 힘들었어’하는 것이다. 가방에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나는 꼭 뒤늦게 알아차린다.
무언가 상처받고 아프다 소리내야 알아채는 내가 나도 속상하다.
나는 정말 아껴주고 잘해주고 싶은데 상황과 여건이 날 항상 곤란하게 만든다.
그 곤란한 상황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내 책임이라는 것도 알기에
오늘 옆구리가 터져버린 가방을 보고서도 또 고쳐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내 유일한 가방-그래서 더 고생했는지 모른다-은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좀 더 편하고 자기가 가진 멋을 내면서 잘 지냈을 것이다.
나처럼 가방에다 노트북이며 사전이며, 이것저것 구겨넣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가방이 얼마나 이쁜지,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는 가방이었다.
내 자랑이자 내 사랑이었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한편으로는 가방을 이제 쉬게 해주자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아직 고쳐서 쓸 수 있을 것 같아 몇 번이고 바라본다.
이번에 고쳐쓴다면 앞으로는 정말 아끼고 보살피며 쓰겠지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다.
내가 고쳐쓰고 싶다고 한들 가방이 그걸 좋아할까. 가방은 이미 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마음을 참고참고참다가 이제야 이렇게 보여주는 게 아니었을까.

이기적으로만 살아온 나이기에 항상 이기적으로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다.

가방은 내가 아니더래도 누구한테나 사랑받을 수 있는 녀석이다.
나라서 이 정도 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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