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엔 꼭 라디오를 듣는다.
얼마만에 듣는 라디온지 모를 정도로 참 오래되었다.
이런저런 사연과 이런저런 노래들을 아무 생각없이 듣다보면
회사에 도착하고 집에 도착하고.
시간이 쉬이 흐르는 게 좋고 다른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듣는 게 좋다.
퇴근길에 박소현의 FM데이트(옛날엔 이런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에서
이상은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가 흘러 나왔다.
우와...내가 이 노래를 잊고 있었다니.
한국의 조니 미첼,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이상은.
상은 누나의 보석같은 앨범 공무도하가의 타이틀 곡, 공무도하가.
갓 중학교에 입학하던 즈음이었나,
담다디의 상큼함따위는 개에게나 던져 버린듯 도도하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일본에서 뭉게뭉게 구름타고 건너온 상은이 누나.
그리고 속세의 중생들에게 슬쩍 던져준 전설의 화엄경, 공무도하가.
HOT가 좋니, 젝스키스가 좋니, SES가 예쁘니, 핑클이 예쁘니 하던 우리 귀에는
말 그대로 염불외는 노래가 아닐 수 없었더랬다.
다시 듣게 되었던 때가 2002년? 그 쯤이었지 아마.
누군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효정이었나? 종선이었나?
걔네들이 잘불러서였을까, 아님 노래를 좀 들을 줄 아는 나이가 되어서였을까,
공무도하가는 진정 화엄의 경지로 나에게 깨달음을 던졌더랬다.
그래, 솔직히 깨달음이라기보다는 술기운을 깨움이 맞는말이겠다.
술기운이 사라지고 노래에 빠졌다. 이유없이 차분해지고 슬퍼졌다.
저 남자는 왜 물을 건넜을까? 저리도 걱정하는 여자를 두고서 물을 건너야 했을까?
노래는 꼭 들어야 할 때가 있다.
기쁠때와 슬플때와 좋을때와 싫을때와 누군가를 만났을때와 누군가와 헤어졌을때.
그러고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만남과 가슴아픈 헤어짐에는 꼭 음악이 있다.
공무도하가 by 이상은
이 앨범의 모든 노래를 들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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