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5일 일요일

KPN Tower by Renzo Piano



두 달전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도시, Rotterdam을 다녀왔다.
상상력 넘치는 건축가들의 커다란 스케치북이자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의 멀티바이타민, 그리고 나에겐 언제나 미래가 되어주는 곳, Rotterdam. (Rotterdam 여행기는 다음 기회에 길게 써 볼 참이다)


구조의 굴레에서 날 벗어나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KPN Tower였다.
나에게 구조란, 건물이 지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커다란 뼈로,
사람의 몸에서 뼈가 그렇듯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건물.
삐딱하게 올라간 몸뚱이를 받치는 기다란 쇠막대기.
아름답지 않아야 정상이였을 이 건물이 나에겐 신선한 충고로 다가왔다. 그리고 구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지금은 구조의 미학에 푹 빠져 있다.
아직도 뭔가 내가 생각해도 이래도 되나 싶은 구조설계가 나왔을땐 난 항상,
"이런 건물도 있는데 뭐.."

가까이서 본 KPN Tower의 정면 파사드엔 많은 수의 녹색 램프가 녹색 커튼월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기울어진 정면 파사드보다 훨씬 눈에 띄어 보이는 건 너무 반짝여서 그랬나?
아그바 타워나 뮌쉔의 알리안츠 아레나등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실시간으로 변하는 알록달록 파사드 또한 건축의 중요한 요소가 된지 오래다.
혹자는 이젠 매터리얼의 싸움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하더라.

건물을 설계함에 있어서 뭐가 우선이 되어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상상의 날개와 사용자의 편의와의 충돌은 나에겐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사용자를 생각지 않는 건축은 생각 해본 적도 없으나 가끔 상상의 완성을 위해 사용자의 편의를 무시해 보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은 건축은 조각품이 아니라는 사실뿐.
반대로 사용자의 편의가 최고의 덕목이라고도 생각해 본적 없으나 사용자의 편의를 최대화 하여 상상력을 제한했을때 드는 생각은,사용자의 편의, 건물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라는 것을 자의적으로 단순화,보편화 시키지 않아야 겠다는 사실.



2009년 11월 10일 화요일

Secret Story





















"Secret Story" by Pat Metheny

여행하는 걸 즐겨 시간과 통장잔고가 허락하는 한 혼자든 친구와 함께든 어디든 간다.
여행지는 항상 바뀌지만 그때마다 듣는 음악은 오직 이 앨범 뿐이니 그 앨범이 바로 "Secret Story"
한 번은 네덜란드로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자전거를 타는 1박 2일 내내 이 앨범을 들으며 네덜란드의 동화같은 경치를 구경했었다. 특히 이 곡 "Facing West"가 주는 알 수 없는 모험심과 기대감에 가는 내내 힘든 줄 몰랐더랬다.

Pat Metheny는 진정 음악의 마술사다.
꽤 쓸만한 스테레오의 충만한 음량으로 처음 들었던 곡 "The Truth Will Always Be". 플레이 타임 약 10분 동안 느꼈던 소름과 기쁨과 감동과 흥분은 그 후 10시간동안 쉬이 가라앉지 않는 음악적 오르가즘을 선사하였다.
"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끝나자마자 시작됐던 옥시토신과 프로락틴의 crazy party. 그 파티에 다시 한번 초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

첫 번째 트랙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Above The Treetops". 내 여행의 시작을 항상 차분히 그리고 아름답게 축복해주는 고마운 음악.

"Cathedral In A Suitcase" 3분 15초만에 느끼는 절정의 기쁨.

하..

트랙에 주석을 다는 것 조차 이 앨범에 누가 되는 것 같다.
하찮은 내 글자따윈 잊도록 하자.



"The Truth Will Always Be"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Liège Guillemins TGV Station
















Liège Guillemins TGV Station by "Santiago Calatrava"

브뤼셀을 향해 기차여행중에 기차를 갈아타야 했던 역이 바로 이 리게역이였다.
내리자 마자 내눈에 들어왔던건 파란 하늘을 감싸안은 커다란 공룡의 뼈대.
그 규모와 섬세함에 감탄사도 잊어버릴정도였다.

세미나가 끝나고 갈 곳이 없어 별 생각없이 다녀오려했던 브뤼셀여행에서
브뤼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견한 보물같은 이 리게역.
그건 마치 옷장 구석에 쑤셔박아두었던 바지를 오래만에 꺼내 입었는데
주머니에서 생각지도 못한 50유로가 들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
브라보.

아직 완공전이였지만 한눈에 산티아고의 손길이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히 산티아고 아치라 부르고 싶은 거대한 백색 아치의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아름다움.
백색의 아치를 갈빗대삼아 뻗어내려간 철골곡선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부드러움.
엔지니어이자 건축가인 산티아고식 구조의 미학이 이 곳에 모두 담겨있었다.


































































하늘을 가르는 구조물과 평행으로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
성격급한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할것 같다. 너무 천천히 간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올려진 철골구조역시 구조의 아름다움이 건축적인 아름다움임을 다시한번 증명해준다.
고요하고 정지된 구조에서 역동적이고 생생한 움직임이 보이는 역설의 미학역시 산티아고의 위대함이 아닐까 한다.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Song for my father



"Song for my father"

손님이 올때마다 항상 새로운 음악으로, "재즈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음악이 아님"을 알리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왠걸,이 CD를 꽂아둔지 한 달이 넘었고 그 사이에 많은 녀석들이 다녀갔지만 아직 꺼내지 못하고 재생 또 재생 시키는 중이다. 이건 뭐 당최 질리지가 않으니 쉽게 다른 곡을 듣기 힘들다.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가 근 3달을 갔었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갈 지 두고 볼 일이다.

블루노트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Horace Silver의 진정한 Work of Art인 이 앨범은 블루스와 하드밥이 만나서 "Horace 펑키 Silver"를 낳으면 얼마나 기똥찬 놈이 나오는지 보여준다. Horace의 신들린듯한 터치에 LSD와 엑스터시 칵테일이 없어도 난 언제나 highㅡ
Horace가 그의 아버지를 위해 작곡한 첫번째 트랙 "Song for my father"을 시작으로, 자손들을 위해 만든 "Natives Are Restless Tonight", 홀로남은 어머니를 위해 만든 "Lonely Woman"을 거치며 Silver家의 펑키하고 블루지한 "족보"를 완성한다.
블루스,소울,보사노바,하드밥,펑키등 모든 장르의 리듬을 느끼게 하는 이 앨범을 내 첫번째 재즈 블로그에 담는다.



#동영상:Horace의 반쯤 넋나간 얼굴이 환상적인 1976년 Umbria Jazz Festival Live

돼지에 관한 고찰

















돼지/pig/Schwein/ぶた..

치졸함과 더러움의 대명사 '돼지'
많은 나라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람같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데 톡톡히 일조하고 있는,나름 글로벌 동물.
특히 대한민국에선 여성을 일컫는 대명사로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할 동물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랭크 되어있는 동물이다. 게다가 때마침 창궐한 AH1N1 인플루엔자 판데믹으로 인해(알고보면 돼지랑 별 상관없다) 혐오동물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쥐나 뱀따위는 혐오 축에도 못 끼게 되었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돼지가 이런 대접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 청결함이 고양이에 버금가고(집단 사육되는 돼지는 제외하고)
그들의 지능은 일반 멍멍이정도는 우습게 멍멍이 취급할 정도로 우수하며
최고급 육질의 돈육은 A급 견육과의 기회비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정도.
게다가 우아한 라이트 핑크빛의 황금비율(본인의 주관적 관점으로) 바디는 동물계의 다비드 상이라..





# 첨부사진은 우에노 주리作 "돼지 in France"

2009년 11월 1일 일요일

first step of being myself

나는 아헨이라는 곳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보통사람 JK.
건축이 좋아 건축을 시작했고 재즈가 좋아 재즈를 즐긴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순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있다.
겁 없는 첫걸음이 언제나 나의 장점이였고
그 겁 없는 첫걸음을 제대로 수습 못하는게 항상 나의 단점이였지.



건축과 재즈와 나에 관한 이야기, 오늘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