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2002년이였으니 8년전 쯤되겠구나.
친구녀석들과 이대앞에선 그래도 제일 용하다는 곳으로 사주를 보러갔다.
방송에도 소개 될만큼 제법 이름있는 곳이였는데
이른 시간이였음에도 카페는 앞 날 궁금한 젊은 영혼들로 가득차 있었다.
두 명의 역술인들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사주를 봐주는 식이였는데,
뭐 들 그렇게 궁금한게 많을까, 좀처럼 한 테이블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 도사가 손님들한테 작업거는 거 같기도 하고..
암튼,한 참을 기다린 후에야 나타난 그 호랑말코 역술인은
어디서 배워먹은 직장매너인지, 대낮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
'뭐,이런...'
기다린 시간도 있고, 사주도 궁금하고,의식은 있어보이고,
짜증은 잠시 접어두고 우린 조용히 사주를 들이밀었다.
어차피 다른 녀석들은 궁금하지도 않았고,
두번째로 드디어 사주를 보게 되었다.
(참고로, 첫번째 본 녀석에 대한 호랑말코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맞아 떨어져서 좀 놀라긴 했다.)
결론적으로 그 양반이 하도 잡소리를 많이 떨어대서
아직도 기억하는 내가 더 용하긴 한데,
세가지 이야기는 아직 맘속에 담아 두고 있다.
첫째,선생님이나 의사됐음 돈 좀 만졌을 거란다.
남들에게 없는 '여섯번째 감각'이 있어서
학생이 뭐를 모르는지,환자가 어디가 아픈지
말 안해도 척보면 안다고 한다 내가.
둘째,(이 둘째번 사건 때문에 포스팅을 하고 있다 사실)
2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여자친구가 없을 거란다..젠장.
더 정확한 표현으론 '사주에 여자가 없다'가 되겠다.
그 당시엔 비싼돈 돌팔이 복채주머니에 거저 넣어준 느낌에
기분 더러웠는데, 요즘 내 인생 돌아가는 꼴 보면 젠장,
..맞네..
애인없이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러다 어디 병나는 거 아닌가 심히 걱정도 되고,
아니면 벌써 병이 나서 이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로 행복하지 않다 요새.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점점 괴팍해져간다는
상목이 형의 말이 아니더래도,
나 스스로도 점점 괴팍하고 깐깐해져가는 내 모습이 보여 우울하다.
고집은 세지고, ego는 높아져가고,혼자놀기 좋아하고,
쓸데없는 지식은 늘어가고,사람보는 기준도 빡빡해지고,
내가 원하는 모습과 점점 멀어진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만 가질 수 있는 그 느낌,
단순히 사랑이라고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포근하고 애틋한 감정,
위에 열거한 쓸데없는 내 모습을 사라지게 할 유일한 힘,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하는 이유,
올때도 됐잖아 이젠..
뭐 이거 삼재야 뭐야..
푸닥거리라도 해야 되나.
아,세번째를 깜빡했네.
미래의 애인을 위한 고급정보, 내 세번째 사주 이야기.
돈은 무진장 많아 진다더라. 내가 요새 괜히 로또를 하는게 아니라니까.
첫 번째,두 번째 맞으니까 요것도 맞을 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