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끼는 Kebab을 먹으니 매일 닭고기를 먹는 셈이되고,
금요일마다 먹게되는 진수성찬 역시 돼지고기와 소고기 요리 퍼레이드니
육식주의자라는 말이 나올 수준이다.
물론 야채를 곁들여 먹기는 한다.(무슨 육식동물 보듯 하지 말자)
야채를 싫어해 매일 고기만 먹던 어린시절,
콩나물 대가리 올라오듯, 부위와 시간에 아랑곳 않는 종기들의 공격에
짜증 게이지가 한계범위를 오르락 내리락..
의사가 말하길, 피가 점점 산성화 되어가서 그렇대나 어쨌대나..
암튼, 야채의 맛을 알게된건 독일에 와서부터니까
20년동안 고기만 먹어온 셈이되네.
다들 나보고 음식을 씹지도 않고 먹는다 한다.
그래,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난 너무 어릴때 알아차려 버렸다.
모든 음식은 씹으면 씹을수록 원래 맛관 다른 맛이 나고
그 맛은 마치 호두껍질 씹는 맛이라는 것을.
이 점에선 아쉽게도 고기도 예외일 순 없었다.
그래서 난 음식의 소화도에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맛만을 느낀 후 얼른 목구멍 뒤로 삼켜버린다. 하하,역시 이 맛이다.
그러나 어제 뜬금없이 채식주의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기다릴 거 뭐 있나? 곧바로 실험에 들어간다.
하루동안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밥과 김치와 이것저것해서 밥을 먹었다.
먹을때야 잠시 아쉬운 생각뿐, 즉각적인 육체적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점점 날은 어두워져 저녁시간은 다가오고
고기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십이지장 끝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데..
이건 마치 보름달이 솟아올라 피가 고픈 웨어울프가 된 기분이다.
후,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 식욕중엔 오로지 동물의 살로만 채워지는 공간이 있는 듯 하다.
이건 영양 균형의 문제가 아니다.
단백질에 대한 공허함은 그깟 강낭콩따위로 채워질 문제가 아닌,
고기가주는 시각적 애피타이저,씹는 질감,혀가 느끼는 육즙,위속에 차곡히 쌓여가는 포만감.. 이 모두를 아우르는 범인간적인 문제였다.
그래, 이 길은 내길이 아냐.
음,채식주의자는 깨끗이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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